디어 마이 프렌즈Dear My Friends
tvN | 16부작 | 2016.05.13 ~ 07.02
01 02
01 우리는 모두 시한부다. 처음으로 엄마의 늙은 친구들에게 호기심이 갔다. 자신들의 영정 사진을 재미 삼아 찍는 사람들, 저승바다에 발목을 담그고 살아도 오늘 할 밭일은 해야 한다는 내 할머니. 우리는 모두 시한부. 정말 영원할 것 같은 이 순간이 끝나는 날이 올까? 아직은 믿기지 않는 일이다.02 나이 먹으니까 자꾸 다리에 힘이 빠지네.03 다리에 힘 빠지는거 모르고 애들은 우리 늙은이들더러 정신차리라잖아. 갓난쟁이가 정신차리란다고 잘 걷니? 그냥 나이가 그런건데.04 늙은 나 왕따 당한 거는 너희들이 지은 죄 중에 가장 작은 죄일거야, 아마. 너희들이 지은 죄 중에 가장 큰 죄는 너희들 스스로 너희들 가치를 모른거. 울며 불며 청춘 바친 작품 함부로 파는거 아니다.05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부모가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아마 그 말은 부모된 입장에 선 사람이 한 말일거다. 우리 자식들의 잘못은 단 하나, 당신들을 덜 사랑한 것이 아니라 당신들이 영원히 아니, 아주 오래 우리 곁에 있어줄거라는 어리석은 착각.06 누군가 그랬다. 우리는 살면서 세상에 잘한 일 보단 잘못한 일이 훨씬 많다고. 그러니 우리의 삶은 언제나 남는 장사이며 넘치는 축복이라고. 그러니 지나고 후회 말고 살아있는 이 순간을 감사하라고.07 엄마의 암소식을 처음으로 영원이모에게 전해 들으며 나는 그때 분명히 내 이기심을 보았다. 암 걸린 엄마 걱정은 나중이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하나., 그리고 연하는 어쩌나. 나는 오직 내 걱정뿐이었다. 그러니까 장난희 딸, 나 박완은, 그러니까 우리 세상 모든 자식들은 눈물을 흘릴 자격도 없다. 우린 다 너무나 염치없으므로.08 인생이란 게 참 잔인하단 생각이 들었다. 젊은 날은 그렇게 모든 걸 하나라도 더 가지라고, 놓치지 말라고, 악착같이 살라고 내 어머니의 등을 떠밀더니 이제 늙어선 자신이 부여잡은 모든 걸, 그게 목숨보다 귀한 자식이라고 해도 결국엔 다 놓고 가라고, 미련도 기대도 다 놓고 훌훌 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으니.09 인생은 그들에게 얼마나 잔인한가. 게다가 인생은 어제 끝날지 그 끝도 알려주지 않지 않는가. 올 때도 갈 때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인생에게 어른들을 대신해 묻고 싶었다. 인생아, 너 대체 우리보고 어쩌라고 그러느냐고.10 누가 그랬다. 우린 다 인생이란 길 위에 서 있는 쓸쓸한 방랑자라고. 그리고 그 길은 되돌아갈 수 있는 길과 절대 되돌아갈 수 없는 두 갈래 길로 분명히 나눠져 있다고. 어떤 길은 이미 지나쳐 왔어도 마음만 있으면 언제든 되돌아갈 수 있어서 즐거운 설렘이 되고 기쁨이 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찬란한 희망이나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, 어떤 길은 이미 너무 멀리 와서 혹은 이미 돌아가는 길이 가로막혀 되돌아가려야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.11 내가 물었다. 왜 이모는 그렇게 힘든 어른들과 같이 살 생각을 했느냐고. 살면서 자기가 가장 잘못한 일은 평생 그 누구와 단 한 번도 마음을 맞춰보지 못한 거라고. 그래서 죽기 전에 이모는 사랑하는 친구들과는 힘이 들어도 마음이란 걸 한번 맞춰보고 싶었다고.12 너무 좋다, 지금 이 순간이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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